Strotha Tynhe

월본과 샬럿이 원하는 시간으로부터의 도피는 또한 미국 역사로부터의 도피이기도 하다. 이는 이들의 최종 목적지인 서부가 가지는 상징성에서 비롯된다. 미국 문화에서 서부는 전통적으로 백인 남성(대표적으로 카우보이, 총잡이)의 성공을 상징하는 신화적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서부 개척이 종결된 20세기 초중반까지도 서부는 동부의 문명과 동떨어진 황야이자 인디언, 이민자, 여성을 지워 낸 일종의 비어 있는 자연으로 미국 문화 속에서 낭만화되었으며, 이처럼 실제 역사와 동떨어진 서부는 무한한 자유와 자기 결정권에 힘입어 새로 태어나는 개인에 대한 환상을 제공했다. 거친 남성적 개인의 재탄생이라는 서부 신화의 본질을 고려할 때, 미국 사회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월본과 샬럿이 서부로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샬럿과의 사랑을 통해 그가 꿈꿨던 사회로부터의 완벽한 해방과 그에 따른 개인적인 자유의 완성은 비록 꺾이고 실패했지만, 월본은 샬럿과의 사랑을 끝까지 기억하고 보존하는 것이 연인으로서의 자신에게 남겨진 의무이자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기억이 육체의 바깥에 존재한다면 그건 더 이상 제대로 된 기억일 수 없고, 따라서 샬럿의 진짜 모습을 유일하게 기억하는 자신이 죽는다면 샬럿이라는 인물은 마치 처음부터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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